이건 좀 이상하다.
왜 나는 나를 설명하고 있는데,
점점 더 내가 빠지고 있는 기분이 들까?
1️⃣ 예전의 자기소개: ‘졸업’과 ‘출신’으로 설명됐다
예전에는 자기소개가 이렇게 시작됐다.
“○○대학교 ○○학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 출신이에요.”
“○○동 출신입니다.”
자기소개는 나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내 ‘출처’를 설명하는 거였다.
-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
어디에서 배웠는지
-
어떤 집단에 속했는지
나를 증명하는 건 내 ‘소속’이었다.
“내가 이런 학교를 나왔다.”
“내가 이 동네 사람이다.”
🔍 철학적 해석: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은
개인의 정체성을 ‘집단 속에서’ 찾는다고 했다.
자기소개는 개인보다는 집단에 뿌리내린 ‘소속성의 언어’였다.
2️⃣ 그다음 자기소개: MBTI, 나를 감정과 성격의 프레임으로 요약
시간이 흐르고,
학교, 출신, 소속으로 설명되는 것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물었다.
“그건 네 배경이지, 네가 아니잖아.”
“넌 어떤 사람이야?”
“너의 성격은 뭐야?”
그러면서 등장한 MBTI.
“난 ENFP야.”
“난 INTJ라서 그래.”
“그 사람은 ISTP라니까?”
자기소개는 졸업장이나 출신이 아니라
‘4글자의 조합’으로 압축되었다.
MBTI는 놀라웠다.
-
몇 개 질문에 답했을 뿐인데
-
“나를 이렇게 잘 설명해주는 게 있구나” 싶었고
-
타인과의 관계를 해석하는 틀로 기능했다.
자기소개는 점점
‘내 안에 있는 나’를 발굴하는 언어로 이동했다.
🔍 철학적 해석:
질 들뢰즈(Deleuze)는
정체성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되기(becoming)”**라고 했다.
MBTI는 고정된 성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싶어 하는 욕망의 표식이었다.
3️⃣ 그리고 지금 – 인공지능이 만든 프로필이 나를 설명한다
이제 우리는
자기소개를 **“내가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AI가 요약해주는 것”**으로 대체한다.
-
“AI가 나의 성향을 분석해줬어.”
-
“내 말투, 내가 쓴 글, 내가 클릭한 걸 기반으로 나를 정의해줘.”
-
“AI가 내 취향과 성격을 알려줘.”
“이게 나래.”
“AI가 요약한 내 프로필이야.”
자기소개는
“내가 쓴 문장”이 아니라
“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이동한다.
나는 더 이상
“내가 누구다”를 설명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데이터를 가진 어떤 기술”이
나를 설명해주는 시대.
4️⃣ **왜 우리는 ‘내가 나를 설명하는 일’에서
‘누군가가 나를 설명해주는 일’로 이동하고 있을까?**
예전에는
“내가 나를 말해야 한다.”
라는 부담이 있었다.
그건 어렵고
귀찮고
잘못 말할까 두렵기도 했다.
이제는
AI, 심리 테스트, MBTI, 데이터 분석이
“대신 말해준다.”
“아 나 이런 사람이구나.”
“이게 내 성격이었네.”
“내 취향 이런 거였어?”
나는 나에 대한 책임을
나 아닌 무언가에게 위임하고 있다.
🔍 철학적 해석:
푸코(Foucault)는
근대 사회가 ‘자기 감시’의 사회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자기 감시를 넘어,
자기 해석조차 위임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5️⃣ **문제는,
AI가 만든 내 프로필은 ‘나’일까?
아니면 ‘데이터화된 나’일까?**
-
AI는 내가 쓴 글,
-
내가 누른 버튼,
-
내가 본 시간,
-
내가 클릭한 기록으로
나를 정의한다.
그건 내가 선택한 정보일까?
아니면 우연의 클릭, 무의식의 반응일까?
나는
“이건 진짜 나야.”
라고 말하지만
실제론 AI가
“내가 만들어준 네 모습”을 믿게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런 사람이었던 건가?”
“이게 내 취향이었나?”
“이게 내 본성이었어?”
6️⃣ **결국, 자기소개 방식의 진화는
‘내가 나를 증명하는 언어’의 진화다**
졸업/출신 → MBTI → 인공지능 프로필
이 흐름의 끝에는
**‘나를 증명하는 주체’**가 있다.
-
과거: 사회가 증명해줬다 (졸업장,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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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심리학적 프레임이 증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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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프로필: 데이터 알고리즘이 증명해준다
나는 점점
“내가 누군지”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말했다”를 인용하는 사람이 된다.
✨ **결론: 나는 나를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설명한 것을 설명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기소개는
‘나’에 대한 언어였는데
이제 자기소개는
‘나를 설명하는 언어를 인용하는 것’이 되었다.
“나 이런 사람이야.”
가 아니라
“AI가 그러는데 나는 이런 사람이래.”
“MBTI 결과는 내가 이런 성격이래.”
“내 프로필엔 이렇게 써 있어.”
나는 나를 말하고 싶은데
점점 더 **“나를 대신 말해주는 것”**의 언어를 빌린다.
그리고 결국
이 질문이 남는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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