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함께 있음이 우정이었던 시절
예전엔 우정이 참 단순했다.
같은 반, 같은 동네, 같은 회사.
그저 같은 공간에 오래 머물렀다는 것만으로 친구가 되곤 했다.
같은 하늘 아래 걷고, 같은 벤치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아무 말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그 순간들.
특별한 말이 없어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 그 자체로 충분했다. 우정은 '함께 있음'에서 태어났다.
2. 대화 빈도로 유지되는 우정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서로 다른 도시, 다른 나라,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면서, 우정은 이제 '함께 있음'이 아니라 '대화 빈도'로 유지된다.
매일 톡을 주고받는 친구는 가깝고, 몇 달에 한 번 연락하는 친구는 멀어진다.
물리적 거리는 의미가 없어졌다. 대신, 얼마나 자주, 얼마나 즉각적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지가 우정의 온도를 결정한다.
언제든 연락할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잊혀질 수도 있는 시대.
우정은 더 빠르고, 더 가벼워졌다.
3. 알고리즘이 연결해주는 친구
이제는 우정조차 알고리즘에 맡겨지는 시대다.
SNS는 내 관심사에 맞는 사람을 추천하고, 플랫폼은 내가 좋아할 만한 친구를 찾아준다.
나와 대화했던 사람,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 나와 같은 뉴스를 본 사람.
'우연히'가 아니라 '추천'으로 맺어지는 관계.
편리하지만, 어쩐지 조금은 쓸쓸하다. 서로를 선택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설계 속에서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우정마저 최적화되는 시대.
4. 진짜 우정은 무엇일까?
공간을 함께하는 것도, 자주 대화하는 것도,
알고리즘으로 만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진짜 우정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이어질 수 있는 마음' 아닐까?
함께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자주 연락해도, 오래 침묵해도.
서로를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것. 다시 만났을 때,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는 것.
그게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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